멈추면 서는 것이 아니라 쓰러집니다

윤대중/민족학교 사무국장 (중앙일보 7-23-2010)

올 초 새로운 의회 및 행정부의 이민 개혁 의지를 믿으며 전국의 이민자 지역 사회는 이민 개혁의 횃불을 높게 들었다. 더욱이 1월 1일부터 5월까지 5개월 동안 하루 18 마일 씩 플로리다 주에서 워싱턴 디씨까지 행진한 네 명의 용감한 대학생은 많은 이민자의 심금을 울리게 했고, 다양한 노력의 결실로 지난 3월 수 십 만 명의 이민자들이 워싱턴 디씨로 모여 이민 개혁의 함성을 전국에 울렸다. 재미동포들이 밀집한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시 에서도 100 여 명 이상의 동포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워싱턴 디씨로 집결했다.

무엇보다 이민자 지역사회가 그 동안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재능 있는 청년이 이민 신분 때문에 대학 학비 조달이 힘들어 학업을 중단한다는 사연, 사랑하는 가족과 수 십 년 이상 떨어져 살고 있는 이민 이산 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우리의 가슴에 담아 두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오늘을 바라 보았을 때, 경제 및 실업 문제로 인한 일반 대중의 불만, 그리고 중간 선거로 인한 정치인의 얄팍한 속셈을 너무 과소평가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최근의 아리조나 주의 반 이민법 제정, 그리고 이민 개혁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많은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이민 개혁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냉정한 현실의 벽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나 또 다른 아이러니는 과반수 이상의 미국 대중이 아리조나 주 반 이민법을 지지 하면서도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서류미비자의 합법화가 현실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라고 믿고 있다는 여러 설문 조사 결과이다. 이는 미국 이민 역사의 전통과 미국에 거주하는 천 이백여 만 명 이상의 서류미비자 추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진실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진보 및 보수를 막론하고 연방 정부가 하루빨리 이민 정책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에 이민 개혁의 희망은 분명히 존재 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민 개혁의 시기에 있어 이번 11월 선거 전 또는 후를 고려 했을 때 후자에 좀더 많은 가능성을 두고 있지만 그냥 앉아서 과실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민자 지역사회에 좀 더 우호적인 이민 개혁이 실현 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이민자 이슈를 중요한 이슈로 쟁점화 시키고, 이민 유권자들이 거센 파도처럼 유권자 등록도 많이 하고, 깜작 놀랄 정도의 투표 참여를 보인다면 이민 개혁 시기 및 내용은 좀더 유리하게 될 것이다. 또한 투표를 통해 좀더 합리적이고 인도적 이민개혁에 입장을 내세우는 정치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옛말에 “굴렁쇠를 굴리다 멈추면 서는 것이 아니라 쓰러집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민 개혁을 위해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 이상 관심과 참여로 노력한 동포 사회가 지금 시기가 길어진다고 넋 놓고 힘 빠지게 앉아만 있으면 그 동안 흘린 땀과 눈물이 너무 헛되어 진다. 양심 있고 인도적인 일반 미국 대중은 우리편이다.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이민 유권자의 표심은 정치인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되새기며 다시 깃발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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