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시민 사회, 우리의 적극 참여가 만든다

1337834876_504a0a6634_o김용호/민족학교 시민참여 코디 (중앙일보 3-30-09)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사회에서 많은 것을 바꾸어 놓고 있다. 오바마가 미국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5억 달러가 넘는 가장 많은 선거 기금을 모금했으며 그 중 절반 가까운 금액이 200달러 미만의 소액 기부를 통해 모였고, 또 가장 활발한 인터넷 홍보 및 지지자들과의 대화 창구를 열었다는 사실은 꼭 "역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는 않아도 괄목할 만한 현상이다. 그는 지난 주 남0가주를 방문 해 대통령 임기 초기 활동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민회의를 개최하고 사상 최초로 수백만의 청취자를 가진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 해 유머를 섞어가며 현안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소통"과 "참여"가 아닐까 싶다. 오바마 행정부는 표면적으로라도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데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고 있으며, 여러 가지 경로를 새로 열어 시민들이 의견을 표출하고 사회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70년대 이래로 줄곧 하락세를 유지해온 미국 사회의 시민 참여율을 볼 때, 이 같은 노력은 고무적인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 연구되기 시작한 미국 사회의 시민참여도는 투표, 뉴스 프로그램 시청, 주민회의 참가, 종교 의식 참석, 심지어는 공원에서 피크닉을 가지는 빈도 등 모든 수치에서 하락세를 보여왔다. 시민참여가 줄어들면 자연히 정치에 대한 관심도 줄고, 이것이 정치에 대한 냉소로 이어져 선거 때는 정책과 관계없이 선거자금을 가장 많이 동원해 이름을 알린 후보가 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 반대로 시민참여가 늘어나면 어떠한 현상이 일어날까? 사람들이 정치와 정책에 관심을 보이면서 정치인들 또한 표를 잃지 않기 위하여 이슈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게 된다. 한인 커뮤니티에는 수 많은 이슈들이 산재 해 있지만 민족학교에서는 특히 "이민개혁"과 "의료개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두 가지 이슈를 풀어나가면서 함께 경제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이민개혁은 근 몇 년 간 크게 이슈화 되어 많은 이들이 조속한 해결에 공감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최근 행보는 이민자에게 호의적이면서도 정작 큰 사안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책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찬성세력도 있지만 반대세력도 만만치 않은 이민개혁 이슈를 추진 할 때 이민자들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지지를 표명 할지 가늠해 보려는 의도로 분석 된다. 한인들의 경우 이민제도로 인해 헤어진 가족들의 재결합, 서류미비자 합법화, 서류미비 학생을 위한 드림법안 등이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병원에 가보면 누구나 공감하게 되듯, 미국의 의료제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지 오래이다. 의료 서비스와 의약품의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높고, 보험회사만 이윤을 챙기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한인들의 경우 소규모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많아 의료보험에 가입 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의료개혁은 이민보다도 더 급속히 추진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가 제시한 예산안은 아직 구체적인 사항을 기획 중에 있는 의료개혁 사업에 향후 10년간 6조 달러를 배정했다. 이것은 연중으로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다. 한인들의 역할은 새 의료 제도가 모두에게 최대한 공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인들의 최대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언어 문제를 다루어 병원에서 통역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에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2008년 경선 초기부터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지원한 오바마 행정부는 선거를 통해 발산 된 에너지를 시민참여로 전환하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지의 사회 단체들이 커뮤니티와의 대화 창구를 더 넓히고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극대화 하고자 노력을 넓히고 있다. 민족학교 또한 4월 4일 가지는 "민족학교 큰마당 모임"을 통해 한인 이민자 커뮤니티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진행 할 대응 방안을 모색 할 계획이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기이지만 시간을 쪼개서 미국의 미래를 일구는데 지금만큼 좋은 기회는 또 없을지도 모른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첫 걸음, 민족학교의 "큰마당 모임"에서 내디디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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