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3-12-09)
류주연/민족학교 의료보건권익 조직가
지난 2월 27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월셔와 베렌도에 위치한 임마누엘 교회에서 민족학교와 민족학교의 연장자 권익 모임인 “가주보건리더”가 주최하는 언어권리 로스 앤젤리스 타운홀이 개최되었다. 타운 홀을 통해서 많은 이민자 연장자들이 그들의 언어권리에 대해 발언하고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토론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언어권리라고 하면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언어가 불편한 이민자 커뮤니티에게는 언어의 문제는 생존과 생활의 문제인 것이다.
단적인 예로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한국어를 하는 통역사나 의료진이 없어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이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외에도 메디칼 수혜자가 그 자격여부와 관련된 편지를 본인이 선호하는 언어로 받는 것과 공공사회복지부 등 정부기관을 방문하였을 때 본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된 표시, 포스터, 안내서와 통역서비스의 제공은 인구의 3분의 1 이상, 즉 12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영어가 아닌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된다.
더구나 이러한 언어 권리는 법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다. 1964년 민권 보장법 제 6편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인종, 피부색, 및 출신국가로 인해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정부코드11135라는 차별 금지법에 의해 민족, 출신국가, 언어, 종교, 성별, 나이, 장애, 유색인종으로 인한 차별이 금지되어 있다. 또 이중언어 서비스 법안 (1973)에 의해 주 정부 기관과 지역 사무실에서는 전체 인구의 5%가 넘는 영어가 불편하신 분들에게, 이중언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 코프 법안(1983)은 5%이상인구 언어의 24시간 통역관 대기를 강제하고 있으며, 올해 통과된 가주 상원법안 853에서는 사립 보험회사와 사립 의료 시설에서도 통역관과 번역된 서류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그 동안 많은 이민자 연장자들은 언어 불편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민자 연장자의 언어 권익을 위해 활동해온 가주보건리더 모임에서는 이번 타운 홀 개최 이전에도 공공사회복지부 관계자들과의 회의, 로스 앤젤리스 카운티 슈퍼 바이져 사무실 방문, 주상하원 의원 사무실 방문 등의 활동을 통해 커뮤니티의 언어 권익 보호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 타운 홀에서는 전국 건강 법률 프로그램의 변호사 도리나 왕씨와 전국 연장자 법률 센터의 변호사 제리 맥켄타이어씨가 언어 권리의 법적인 배경을 전문가의 입장에서 설명하였다. 또한 로스 앤젤리스 카운티 공공사회복지부 국장인 필립 브라우닝씨가 참석하여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연장자들이 메디칼 편지를 영어로 받아서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전하면서 올해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로스 앤젤리스 카운티 보건국 국장인 존 스너프씨는 현재 한시적인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카운티 병원통역사 프로그램과 비디오 메디칼 통역 프로젝트를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약속하였다. 로스앤젤리스 카운티 슈퍼 바이져 의장인 돈 카나베씨 측에서도 새로운 언어 권익 운영위원회의 설립과 적극적인 동참을 약속한 상태다. 따라서 가주보건리더 모임과 민족학교에서는 타민족 단체들과 연합하여, 새로운 언어 권익 위원회의 설립을 추진하여 언어 권익 문제의 시급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번 타운 홀은 이민자 권익을 위해 하나로 뭉치는 우리 한인 커뮤니티의 힘을 보여준 뜻 깊은 행사였다. 2백여 명이 넘는 수많은 한인 연장자 분들의 참여와 언어권익 옹호를 위해 봉사하는 많은 타민족 단체들의 지지와 참여가 이번 타운 홀 개최의 성공에 큰 힘을 실어 주었다. 또한 언어 권익 정책과 관련된 주요 정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며, 엘에이 카운티 이민자 언어 권익 이슈에 정부 관계자들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사회적 변화와 개혁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와 질이 커뮤니티의 생존과 관련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때, 약속된 사항의 시행 과정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빠른 시행을 요구하면서 스스로 깨어 해결하려는 커뮤니티 멤버들의 단합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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