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프로그램 펠로우 (중앙일보 5-12-2010)
5•18 광주 민중항쟁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30년의 시간이 지나 역사 교과서를 통해5•18 민중항쟁을 배웠던 젊은 세대와, 5•18을 몸소 경험하고 투쟁했던 과거 세대가 함께5•18을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 또한 한국의 민주주의와 민주화 도래 과정을 역사서를 통해 배운5•18 이후 세대이다. 역사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배웠던 한국 현대사의 수많은 민주화 운동들은 필자에게는 그저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불과했다. 이러한 필자의 역사관은 2009년 광주5•18기념재단 자원활동을 통해5•18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서 차츰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다면 나는 저들처럼 불의에 대항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가 나 대신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진 않았을까 하는 자문을 통해5•18 정신의 계승 및 후세대들에게 주어진 과제와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과거 세대의 용기 있는 투쟁과 희생으로 힘겹게 얻게 된 민주주의를 우리는 너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30년의 시간 동안 과거의 뼈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민주화를 이루어 낸 한국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우리가 짊어진 과제일 것이다.
5•18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지금도 티베트, 버마 등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아시아의 많은 국가의 활동가들은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5•18 민중항쟁을 희망과 본보기로 삼아 투쟁 활동을 펼치고 있다. 5•18 민중항쟁은 과거청산, 진상규명 등의 활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5•18정신과 그 의미를 확장하고 그 가치를 전파하기 위한 연대와 실천운동을 통해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다.
5.18을 앞두고 현 시대의 오월을 생각해 본다. 여전히 사회의 그늘에서 울부짖는 소외된 인권이 있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정의롭지 못한 횡포가 남아있지 않은가.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을 보더라도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반이민 법안이 아리조나 주에서 버젓이 통과되고, 이민 개혁 논의 속에서 서류미비자의 인권은 한낱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결혼할 권리마저 빼앗긴 성소수자들이 여전히 그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불의에 항거하고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시민들의 외침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남아 있는 것이다.
진정한 오월정신은 5.18을 기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의를 바로잡아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계승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볼 때, 로스엔젤레스에서 서류미비 학생과 입양아, 성소수자를 연사로 초대하여 “인권, 누구나 가지는 소중한 것. 우리 지역사회의 인권”이란 주제로 5.18광주민중항쟁 30주년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진정한 오월정신을 되살리는 길이라 생각된다.
2010년은 국치 100년, 한국전쟁 60년, 4•19 민주혁명 50주년, 5•18 광주 민중항쟁 30주년이 되는 해로 기억과 기념의 한 해가 될 것이다.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과거 역사를 거울 삼아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혼자 걸으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걸으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더불어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용기와 정신은 젊은이들이 지닌 특권이다. 과거 세대들에게 진 빚을 갚고, 후세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오늘부터라도 무엇이든 행동하는 삶을 살아 보자. 오는 5월 15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윌셔에 위치한 임마누엘 교회에서 개최되는 5.18 기념행사에 참여하여 우리 지역사회의 인권에 대해 함께 느끼고 오월정신을 다시금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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