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의료개혁 잣대인 5년 대기 기간

박주영/민족학교 의료보건권익 활동가 (중앙일보 10-28-09)

의료 정책에 있어서 20세기는 미국 행정부와 입법부의 정계 지도자들이 미국에 사는 모든 이들을 위한 국민의료보험 시스템을 고안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던 백 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오도어 루즈벨트 후보가 자신의 1912년 대선 공약에 진보적인 의료개혁안을 포함한 이래 미국은 의료개혁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한 수 많은 제안을 목격 해 왔다. 대부분의 법안은 전국적인 범위를 포함하지 못했으나 린던 존슨 대통령이 추진한 1965년 사회보장법의 통과와 함께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메디칼) 제도가 탄생함으로써 급류를 타게 되었다.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는 65세 이상 연장자와 저소득층 및 장애인을 위한 포괄적 의료 제도이다. 그러나 의회가 1996년 8월 22일 사회보장제도개정법(PRWORA)을 통해 연방 사회보장제도의 수혜 자격을 변경함으로써 이민자들의 수혜 기준을 높이고 특히 영주권자들이 미국에 입국한 이후 5년 동안 메디케이드 수혜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캘리포니아 주를 포함, 일부 주 정부에서 이들 5년 체류 미만 영주권자들에게 주 정부의 자체 예산으로 의료 혜택을 제공 하고는 있지만, 이는 예외에 속한다.

이주정책연구소(MPI)에 의하면 현재 340만 명의 합법적 이민자들이 의료보험이 없는 상태이다. 국민의료보험 제도(public option)의 도입과 더불어 5년 대기 기간이 없어지지 않으면 무보험자는 나날이 늘어만 갈 것이다.

현재 하원과 상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의료개혁안에는 이러한 자격 제한, 다시 말해 5년 대기 기간을 없애는 조항이 전혀 없다. 5년 대기 기간은 미국의 사회 복지 정책에 있어서 얼마나 이민자들이 등한시 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잣대이다. 한인들은 대부분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서 밤 늦게까지 힘들여 일하며 언어 장애와 문화적 오해를 견디어 나간 경험이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성실하게 세금을 꼬박 꼬박 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한 이민자들을 다른 이들과 같이 공평하게 대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 이민자들은 미국의 미래를 함께 일구어나가고 있는데 정작 법 제도는 이민자들을 포용하고 있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잘못 된 것이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힘을 합해 의료 평등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전국에서는 올해 안에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 개혁안에서 영주권자 5년 대기 기간을 철폐시키기 위해 전화 걸기 캠페인이 한창이다. 의료 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인 및 이민자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5년 대기 기간을 없애도록 요구 할 수 있는 기회이다. 연방 하원의장인 낸시 팰로시 의원에게 매일같이 전화하여 우리 커뮤니티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지금 시기로서는 대단히 절실하고 중요한 활동이다. 민족학교 웹사이트 www.krcla.org 에 전화번호와 스크립트가 있으니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그 또한 어렵다면 민족학교로 전화하면 대리전화를 하여 대신 의사를 전달 해 줄 자원봉사자도 있다.

의료개혁의 순간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국민의 대부분이 의료 제도를 재 구성하는 것에 뜻을 모았다.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이민자 커뮤니티를 제외 해 온 바로 그 의료 제도이다. 의료 개혁을 요구함과 동시에 우리의 형제, 자매, 부모 및 할아버지 할머니들 누구도 의료 제도에서 소외 되지 않고 포함 되도록 함께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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