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네티즌, 변화하는 인터넷

1337834876_504a0a6634_o 김용호/민족학교 선거 담당 (중앙일보 1-28-09)

지난 12월 오바마 당시 대통령 당선자의 차기 백악관 경호 관계자들이 보안을 이유로 대통령 취임 후 오바마가 애용하던 블랙베리(이메일 사용이 가능한 핸드폰의 한 종류) 사용을 포기 할 것을 권고하자 당사자가 공개적으로 반발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오바마는 당시 마치 소중한 장난감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어린이처럼 "그들이 내 블랙베리를 빼앗으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불안하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꼭 지키고 싶다."라고 말해 기자와 블로거들 사이에서 웃음을 자아냈다.

일간에서는 이것을 현대 통신 기술에 능통한 젊은 대통령과 고리타분한 백악관 관례의 충돌로 보았지만, 사실 오바마가 2000년에 선출 되었더라면 그때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8년 전 당시 정치인들이 이메일으로 받아보거나 인터넷으로 검색 할 수 있는 정보는 참모들의 브리핑, 뉴스, 그리고 지인들의 연락 정도로, 전화기와 TV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오바마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허리춤에 차는 검정색 장난감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들어오는 각양각색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아니었을까?

오바마의 이메일함에는 지인들이 매일 간추려주는 각종 이슈 별 동향, 제안서, 그리고 캠페인에 대한 결정 사안을 놓고 참모들이 벌이는 토론까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메케인이나 클린턴 후보 같으면 참모들이 따로 회의를 가진 후 최종 권고 사항만 서면으로 제출 할 일이었다. 거기다 오바마는 가끔 새 웹사이트를 방문 해 자신이 브리핑 받은 내용이 정치에 관심 있는 이들 사이에서 실제로 현안이 되고 있는지 확인도 한다고 한다. 인터넷에 이런 정보가 넘쳐나지 않으면 애초에 블랙베리를 소지하는 것도 의미 없는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2000년과 2008년 사이에 인터넷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던가? 90년대의 인터넷 망이 이메일과 온라인 게시판을 통한 정보 교류 및 전문가의 정보 배포로 대표 된다고 하면, 2005년 이후 인터넷 상의 새 조류는 유튜브와 위키백과로 대표되는, 일반인 사이에서 통용되는 정보와 사회 관계의 정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 초의 웹사이트들은 회사를 소개하는 전시용에 불과 했다. 물론 게시판이 존재하긴 했지만 그 중요성은 낮았으며, 게시판에서도 최종적으로 논쟁을 정리하고 사안의 중요성을 결정하는 것은 웹사이트의 관리진이었다. 어떠한 웹사이트던지 모든 권한은 소유자가 쥐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권력 관계가 2005년을 기점으로 바뀌는데, 자체적인 내용을 만들어내지 않으면서 웹사이트의 방문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내용으로 웹사이트를 채우는 사이트들이 생기고, 그리고 사용자가 만든 내용이 거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다른 사용자들에게 전해 질 수 있는 웹사이트 구조를 사용자들이 선호 한 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유튜브를 방문하면 웹사이트 전면에 여러 개의 비디오를 볼 수 있는데, 이들 비디오는 관리진이 선별 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관심을 중심으로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비디오가 자동적으로 전면에 나오게 되는 시스템이다. 취미로 비디오를 올리는 사용자는 더 많은 사용자들과 교류를 하고 전면 배치를 통해 유명하게 되는 것에 재미를 붙이게 되고, 이들이 많아질 수록 유튜브는 많은 사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보유하게 된다. 그리고 특정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개인 또는 단체들도 관리자의 입장과 관계 없이 사용자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것이 보장되는 유튜브에서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자신의 내용을 흥미롭게 제작한다. 2007년에 화제가 되었던 웹2.0이라는 것의 기본 원리는 이러한 구조로 웹사이트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점점 더 영향력이 증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운영은 사실 웹사이트 소유주 입장에서 보면 아주 위태위태한 운영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 사이트의 경우, 언제든지 반대파가 몰려와서 반대 메시지로 웹사이트를 뒤덮을 가능성이 있다. 소유주는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도록 해서 내게 되는 시너지 효과가 더 강력한지, 아니면 역효과의 가능성이 더 큰지를 두고 고심하게 된다.

오바마의 대선 캠프는 2월 경선을 앞두고 중대한 결정을 하나 내렸는데, 그것은 오바마 대선 캠페인 웹사이트의 일반 사용자들을 잠재적 자원봉사자들로 간주하고 이들에게 핵심 유권자의 연락처와 사용자 간에 소통 할 수 있는 부분을 개설한 것이다. 누구든지 오바마 대선 웹사이트에서 계정을 만든 후 유권자들의 전화 번호를 받아 개별적으로 유세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만든 후 실제로 사람들이 자원해서 전화를 걸지, 아니면 클린턴 지지파들이 몰려 와 오바마 캠프의 유권자 정보를 이용 해 클린턴 지지 전화를 걸지 알 수 없는 것이였다. 실제로 클린턴의 대선 캠프는 실무진과 현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캠페인을 펼쳤다. 그 결과는 몇 달 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나타났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선 캠페인 중에 개발 한 여러 가지 노하우를 행정부를 운영하는 차원에서도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대선 캠페인 운영과는 판이하게 다른, 정부의 운영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 일반 시민의 자발적 참여 에너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것인지, 그리고 일반 시민과 어떻게 소통 할 것 인지 등 헤쳐나갈 과제는 산적 해 있다. 경제 정책과 함께 인터넷의 사용과 시민 사회와의 소통 방식 또한 오바마 행정부의 차기 행보를 지켜 볼 때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오바마는 특별 제작 된 블랙베리의 사용을 허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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