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라는 이민개혁

민족학교 사무국장 윤대중
(중앙일보 12-2-08)

최근 대선이 끝난 후 한 서류미비자 학생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보다 낳은 삶을 찾아 이주한 부모님과 함께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교육을 받아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 된 이 학생은 주위의 많은 서류미비 대학생들이 이민 신분으로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 신분 때문에 학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힘들게 일을 하며 한 푼 두 푼 학비를 모아 열심히 공부를 해 대학교 졸업은 눈 앞에 두고 있지마 영주권이 없어 취업은 물론 앞으로 미국에서 성인으로 살아 갈 불확실에 대한 큰 두려움을 안고 있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은 오바마 행정부에 이민 개혁의 기대를 갖고 있지만, 1-2년 내에 이민 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언어도 서툴고, 문화도 생소해진 한국으로 역이민이라는 최후의 선택도 고민한다고 한다.

선거 후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고 여러 사안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 섞인 이야기들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 데 아무래도 이민자 커뮤니티에게는 이민 정책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최악의 반이민법 HR 4437이 상정 된 후 2006초부터 중반까지 이민자 커뮤니티는 미국의 역사를 새롭게 저술 할 대규모 집회 및 행진을 통해 반이민법을 중단 시켰다. 그리고 그러한 힘을 바탕으로 인도적 이민 개혁이라는 또 다른 물줄기를 파려 했던 2007년 중반 부시 행정부와 민주/공화 양당 정치인 들은 가족이민을 사실 상 폐지 시키고 비현실적인 영주권 합법화 내용을 담은 개혁법안을 상정 시키고 미 상원에서 표결 시키려 밀어 부쳤다. 당시 반이민 보수적 진영에서는 서류미비자들을 모두 다 추방시켜야 한다며 매일 같이 수 백 통씩 상원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업무를 마비 시켰고, 이민자 커뮤니티 내에서는 가족 이민과 서류미비자 합법화에 대해 한 쪽을 선택 하게 만드는 실망스러운 법안을 놓고 분열 된 상황 이었다. 이 법안에 대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가운데 법안 논의는 중단 되었고, 2008년 이민자 커뮤니티는 미 이민 역사상 유래가 없을 최대의 단속과 이민자 추방을 목격하게 되고 2008년 대선에 뛰어 들게 되었다.

이민자 커뮤니티의, 특히 언론에서 주목 받고 있는 라틴계 커뮤니티, 대선 참여는 새로운 행정부에 이민 정책에 대한 요구를 추진 시킬 수 있는 정도의 힘을 보여 주었다. 특히 미 전체 유권자의 9%를 차지하고 해마다 급증하는 라티계 유권자의 대통령 선택에 대한 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 67% 이상이 오바마 당선자를 지지한 것을 나타난다. 바로 4년 전 44%의 라틴계 유권자가 당시 부시 대통령을 지지한 것에 비하면 이번 2008년의 오바마 당선자에 대한 지지율은 상당히 증가한 것이다. 또한 오바바 당선자가 승리를 굳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스윙 주(결과를 예상하기 힘든 주-네바다, 뉴멕시코, 콜로라도, 플로리다)”에서의 선거 결과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최근 급증하기 시작한 라틴계 유권자의 유권자 등록율과 선거 참여율, 그리고 이들의 오바마 당선자에 대한 지지율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라틴계 권익 단체 날레오 (NALEO)는 전국 21개 주 800여명의 라틴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중 68% 이상의 라틴계 유권자는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 100일 안에 이민정책 개혁에 대한 결과를 보여 주길 믿고 있다고 발표 했다. 어떻게 보면 한인 커뮤니티도 유사한 기대를 하고 있다. 남가주 아태법률센타 단체에서 대선 날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코리아 아메리칸 유권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 중 첫번째는 경제 문제, 그리고 두번째가 이민 정책이었다고 한다.

라틴계를 비롯한 이민 유권자 투표 힘을 일찌감치 파악 한 공화당의 전략가 칼 로브는 최근 뉴스위크지에 앞으로 공화당이 살아 남을 수 있는10가지 해법 중 하나가 이민 정책에 대한 인도적이고 열린 마음이라 강조 했다. 너무 반이민자적인 공화당 내 보수 세력의 입장과 언행 들이 미래 정치계에 큰 영향을 미칠 라틴계 유권자를 공화당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경고 한 것이다.

이민자의 대선 참여와 오바마에 대한 지지, 그리고 이민자 커뮤니티의 이민 정책에 대한 관심을 고려 하면 오바마 당선자는 유세 때 언급 한 것 처럼 취임 후 빠른 시일 안에 이민 정책에 대한 결정과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현 분위기가 침몰하는 경제위기로 인도적 이민 정책이 설 자리가 매우 좁다고 한다. 경제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는 상황에서 이민자가 늘어나거나 서류미비자가 합법화 된다면 미국 출생 노동자의 취업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항간에 워싱턴 디씨 정계의 관계자들은 아마도 오바마 행정부 기간 동안 이민자 커뮤니티가 원하는 이민 개혁 정책은 2010년 이후 또는 재임 후 2012년 이후를 점친다는 소문도 나돈다. 그만큼 경제 문제 폭풍의 여파가 큰 탓도 있겠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반이민 보수세력의 결집력과 워싱턴 디씨 의사당을 쉽게 뒤 흔드는 그들의 큰 목소리 탓도 있을 것이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주어진 조건과 그에 따라 형성된 정세를 바로 보고 이에 기준한 눈 높이를 갖는 것이 현명한 방도 일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르게 보면 주어진 조건을 바꾸어 나가는 힘, 그리고 이 힘으로 새로운 정세가 만들어 지는 상황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많이 보았다. 쉽게 말해 경제 문제로 이민 개혁 정책에 큰 장애는 있지만 이 장애를 넘어 설 수 있는 힘은 바로 우리 이민자 안에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민자가 직장을 빼앗아 간다는 논리에 맞서 이민자가 직업을 창출하고, 또 서류미비자를 합법적 납세자로 기회를 주어 수 조 억원의 세금을 정부에 낼 수 있다는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민 신분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공부하여 미국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당당히 외쳐야 한다. 변화가 오기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delicious]ImmigrationReform+korean[/delici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