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의 권리, 민권 차원에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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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 민족학교 선거담당 (중앙일보 10-14-08)

한인들을 비롯해 미국 사회 전체가 선거로 들썩이고 있다. 민족학교에는 매일같이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 방법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어, 불황으로 모두 어렵고 조용한 시기에 민족학교 활동만 바쁜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한인들도 오바마와 페일린 등 주목 받는 후보들이 펼치는 경쟁 말고도 전쟁과 발의안 등 각종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유권자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중 동성 결혼을 불허하는 8번 발의안에 대해 한인들의 관심이 높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이슈일수록 그 이슈를 둘러싼 오해나 틀린 정보도 많게 되는데, 발의안 8번도 그런 듯 싶다. 8번 발의안이 통과되면 동성애 자체가 근절 될 것으로 생각하거나, 통과가 안 될 경우 캘리포니아가 게이의 천국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우려하는 유권자들이 많은데, 일상 생활의 차원에서 보았을 때 8번 발의안의 영향은 사실 미미하다. 서로 함께 살고 싶어하는 동성애자들은 이미 같이 살고 있고, 법적으로는 결혼이나 다름없는 시민결합(civil union)을 통해 전반적으로 사회의 인정을 받고 있다. 법적인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지 그들의 법적 권리만 박탈할 뿐이다. 동성애 반대론자들은 사회가 타락하는 현상이라 경고 하고 있지만, 참으로 우려가 되는 것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사회적 증오 현상이다.

발의안 8번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을 보면 그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한 유권자는 심지어 "동성애자는 개, 소 보다가 못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어떤 인권도 인정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시고, 심지어 어떤 분은 발의안 8번에 반대하면 "기독교를 반대하는 일"이라고 까지 주장하신다. 아무리 누군가가 미워도, 나와 다르다고 하여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 아닐까?

오늘날 사회에서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논리는 18세기 인종 차별적인 사회 구조가 가졌던 모습과 흡사 해 섬칫 놀라게 된다. 당시 유럽의 백인 사회는 흑인 노예나 아시아인들을 가축으로 취급했으며, 이러한 생각은 세간의 "상식"이었다. 당시 이러한 차별은 도덕적인 논리로 정당화 되었었다. 당시 비백인들은 유럽의 "문화"를 배우지 못했으며, 옷을 잘 입지 않고 문란하게 다니며, 기독교를 믿지 않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몇 백년 이후, 1900년도 초 미국에서는 아시안 이민자들이 백인과 결혼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재산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1950년대 미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 된다. 남부에서는 "더럽고" "문란한" 흑인들이 백인 구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폭력을 동원하기까지 했다. 이런 역사적 차별은 오늘날 도덕이란 잣대로 동성애자를 인간 이하의 짐승, 차별해 마땅하다는 주장과 유사한 것은 아닐까? 또, 미국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서류미비자를 이 땅의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각종 차별을 일삼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한 동성애자는 사랑하는 배우자가 병원 응급실에 입원 해 있어도 직계 가족으로 인정되지 못하여 면회도 못 했던 아픔, 배우자가 병이 있어도 배우자로 인정 받지 못해 직장 의료 보험의 혜택을 나눌 수 없었던 아픔을 하소연 한 적이 있다.

이민자이자 소수민족으로서 우리 한인들은 역사적 경험을 거울 삼아 나와 다르지만 한 생명을 소유하고 살아가고 있는 소수의 동성애자에 대해 관용과 이들에 대한 인간적 기본 권리를 이해하는 넓은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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