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민자권익 운동에 남긴 것

Olivia Park박지은/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프로그램 어소시에이트 (중앙일보 1-20-2010)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어느 날 자신의 네 자녀들이 자신의 피부 색깔로 인해 차별 받는 나라가 아니라 자신의 인성을 존중 받는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민권 운동은 인종 차별 철폐뿐만이 아니라 여성 인권과 모든 차별 받는 소수 그룹들의 권익 신장에 크게 기여 해 왔다. 그러나 이민자들은 아직도 미국에서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서류미미비자들은 이민 신분이 없어서 매일 매일이 불안하며 일할 때나 여행 할 때 추방의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깨진 이민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에서 이민 신분이 없기 때문에 받는 벌 치고는 너무 큰 것이다.

마틴 루터 킹 기념일을 이틀 앞둔 토요일, 아리조나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시위가 있었다. 그 시위는 마리코파 카운티의 무분별하고 비인도적인 이민단속에 항의하는 시위였다. 마리코파 카운티에는 과달루페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1마일이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인 과달루페에는 약 5천 5백 명의 저소득 이민자들이 모여 살고있다. 이 작은 마을의 주민들은 매일같이 단속의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다. 지역 경찰인 세리프에 이민 단속을 허용하는 287g 로 인해 밤이고 낮이고 이민 단속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보호자와 함께 있던 11살의 어린이를 대낮에 강제로 연행하는가 하면, 자기 집 뒷뜰에서 휠체어에 탄 채 햇살을 쬐고 있던 80대 할아버지에게도 이민 신분을 조사한다.

실제 과달루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민 3세 4세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색인종이면 불법 이민자라는 편향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이민단속의 타겟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공포 속에서 살아오던 과달루페 거주자들은 자체적으로 순찰 조를 짜서 매일 밤 1마일이 채 안 되는 마일을 순찰한다. 매일 저녁 순찰을 도는 두 대의 차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차에는 항상 충전된 비디오 카메라가 준비되어 있다. 무분별한 단속의 희생자를 막기 위한 수단이다. 매일 밤 그들은 세리프 차를 쫒아 밤거리를 헤맨다. 세리프의 차가 있는 곳에는 두 대의 차량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비디오를 촬영한다고 한다. 이제는 세리프들도 그들의 촬영을 알고 있어 함부로 심한 말을 하거나 무분별한 행동을 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이 진정 미국이라 할 수 있는 곳인가? 미국에서 태어나 미 시민으로 보호받고 교육받아 장차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과달루페의 아이들은 이 나라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며 자랄까? 만약 287g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해보라. 열심히 일하고 세금 내고 법을 준수하며 자녀들을 이 나라에 공헌할 인재로 키우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단지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두려움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이 바로 지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엄연히 투표권을 가진 미 시민들을 피부색깔로 차별하여 탄압하는 아리조나는 마틴 루터 킹 박사의 꿈이 아직도 실현되지 못한 미국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민권운동에 헌신했던 마틴 루터 킹 박사가 아직 살아있다면 개탄해 마지않을 일이다. 이민 이슈는 이제 이민자들의 권익 차원을 넘어서 이 나라의 민권 문제이며 인권 문제이다. 즉, 이 나라 미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이민 문제인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민 이슈가 라티노 커뮤니티에만 해당 되는 이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의 134만 한인의 다섯 중 한 명이 서류미비자이다. 또한 서류미비자 전체 인구 중 10%가 아시안 아메리칸이다. 한인들이 미국에서 합법적인 신분을 가진 채로 이민하려면 가족 초청이나 취업 스폰서 밖에 없으며,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족 초청 적체 때문에 가족과 이별 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직접적인 이슈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아시안 아메리칸과 한인 이민자들의 이민개혁 논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킹 박사는 정의를 위한 꿈을 꾸면서 동시에 강력한 운동을 전개 해 나갔었다. 여러분도 오늘날의 이민자권익 운동에 동참 할 수 있다. 민족학교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에서는 2010년에 많은 이민자권익 단체들과 연합 해서 이민개혁 캠페인을 추진하고자 한다. 여기에 한인 여러분들의 목소리와 본인의 사례들이 이민자권익 운동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 오늘날에 돈이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 커뮤니티의 필요를 외면 할 수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압력이 절실하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