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혁/민족학교 파산법 및 주거법 담당 변호사 (중앙일보 1-6-2010)
민생이 어렵다. UC주립대학 학비가 32% 인상 되었다. 정부 생활보조금을 받는 연장자들의 수입이 907달러에서 845달러로 줄었다. 주 정부는 교사들을 해고하고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를 대폭 삭감했다. 많은 주민들은 이러한 예산 삭감을 반기지 않지만 "불황에는 세금을 인상하면 안 된다"라는 논리 때문에 삭감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를 더 파헤쳐 보자면 다음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흔히 국내 총생산(GDP)으로 수치화 되는 국가 경제 규모는 네 가지 주요 경제 항목에 기반해서 계산 된다. 소비재, 사업 투자 및 정부 지출을 합산하고 여기에 국제 무역 수지 적자를 뺀 결과가 총생산량인 것이다. 경제 성장기에는 어떠한 경제적 선택을 하더라도 GDP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개인이 자신의 수입만큼을 지출하면 소비가 증가해 GDP가 증가하고 수입을 저축해도 은행이 이 자금을 가지고 투자를 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GDP가 증가한다.
그러나 불황기에는 소비와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기 때문에 그만큼 정부가 지출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는 대중 소비를 장려 할 필요가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불황기에 소비를 촉진하려면 세금을 낮추거나 최소한 증세는 피해서 소비 심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의 맹점은 세금 정책에 있어서 두가지 종류의 납세자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에 있다. 한 부류는 증세와 관계 없이 소비 수준을 그대로 유지 할 수 있는 납세자들이며, 다른 한 부류는 증세에 영향을 받는 납세자이다. 예를 들어, 일년 소득이 25만 달러인 소비자의 경우를 생각 해 보자. 세금이 36%에서 40%로 인상 된다고 해서 이 소비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지는 않는다. 세금이 올랐다고 이 소비자가 휴가 계획이나 자동차 구입 또는 외식 횟수나 금액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표현 했을 때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100 달러씩 추징 할 때 마다 정부 지출을 100 달러로 늘리게 되며 소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연 소득이 2만 달러인 저소득층 소비자의 경우 $100 달러를 추징 할 경우 이 소비자는 즉시 소비를 100 달러 줄일 것이다. 세금이 즉시 정부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총생산이 단기적으로 줄며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불황기에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고소득층에게서 세금을 추징해서 이를 정부 지출로 소비하고, 동시에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서는 세금 수준을 유지하거나 낮추는 것에 있다. 결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나올 수 있는 곳은 (정부 부채 증가를 논외로 할 경우) 고소득층의 세금 밖에 없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예산 삭감으로 매달 907달러를 은퇴연금으로 받던 연장자들은 845달러로 줄었으니 렌트비 600 달러를 빼고 나면 생활비 307 달러 가운데 20%인 62 달러가 삭감되었다. 도덕적인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불황기에는 은행의 투자가 위축되기 때문에 저축된 자금은 경제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 이런 배경에서 고소득층한테서 세금을 몇 프로 추징하여 월 62달러를 저소득층 연장자들에게 정부혜택증가로 분배하면 바로 소비가 되어서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불황기에 경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정부는 지출을 늘려야 한다. 정부 지출은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돈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개혁, 교육 제도, 재정, 교통망 등 국가 기관 인프라를 재정비 하는데 쓰일 수 있다. 의료개혁에 투자하면 국민이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생산률이 높아지고 예방 보건 비율이 높아지면서 의료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교육에 투자해서 숙련된 노동 인력을 양성 할 수 있다. 교통망에 투자하는 것은 지금 부동산 거품이 꺼져서 도로망 부지를 효율적으로 구입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우리들이 가져야 할 "상식"은 이렇다. 불황기에는 안 그래도 부족한 자본이 은행 계좌에 휴면 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기가 안정 된 이후에나 사용 될 사업 투자금보다는 소비와 정부 지출이 경기 회복에 더 큰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증세가 필요한 것이며, 늘어난 세금이 소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고소득층 대상 증세를 실시하여 연장자, 학생, 장애인 등을 비롯한 저소득층의 수입을 보호해서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 이것은 윤리적으로 옳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빠른 경기 회복과 건강한 경제 구조를 장기 구축하는 것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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