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으로 차압 방지 하려면 철저히 준비해야...

홍정연/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커뮤니티 교육 행정 디렉터
(중앙일보 6-16-09)

Jeong_Yeon 전국을 휩쓴 주택 차압의 위기는 한인 커뮤니티도 비켜가지 않았다. 오히려 한인 커뮤니티는 소수계 커뮤니티로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민족학교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도 차압의 위기에 처한 주택 소유주들을 돕기 위해, 세미나를 통해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자료를 개발하며 일대일 상담을 주선하고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 활동가로서 일선에서 위기에 처한 주택 소유주를 상담하다 보면,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물론, 일부이지만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이 있으므로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주택 소유주들이 효과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첫째, 주객 전도형이다. 이 유형의 주택 소유주는 처음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서류준비에서부터 실제 상담까지 모든 것을 위탁한다. 한번은 서류 준비 때문에 여러 번 주택 소유주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답을 못 들었다. 주택을 지키고 싶다면 소유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상담가는 여러분의 집을 대신해서 지켜주는 사람이 아니다. 상담가의 역할은 여러분이 스스로 집을 지킬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고 지원해 주는 사람이다. 물론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서류를 준비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주택 소유주의 몫이다.

둘째, 피노키오형이다. 차압 방지 상담을 할 때 필수적인 것이 재정 분석인데, 피노키오형 주택 소유주들은 고무줄 수입과 지출로 유명하다. 물론 일부 주택 소유주들이 비정기적이고 불안정한 수입으로 실제 이처럼 고무줄 예산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 주택 소유주들은 융자 조정에 유리하게 보이는 쪽으로 예산을 “스스로” 조정한다. 융자 조정에서든 재융자에서든 주택 소유주의 예산은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최근 3달 동안의 수입과 지출을 항목별로 꼼꼼히 정리하여 매달 얼마의 흑자 또는 적자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예산과 수입의 내용을 공식적인 서류로 철저히 증명해야 하므로, 눈 가리고 아웅하듯 준비해서는 실제 페이먼트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셋째, 무대포형이다. 요즘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차압의 위기에 시달리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은행을 통해 페이먼트를 조정 받고 있으니, 주택 소유주들은 정작 자신의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남들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때가 있다. 일례로, 주택 2채를 소유한 한 여성이 수입이 줄어들어 은행을 찾았는데, 최소한 1채의 집을 팔라는 조언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은행이 먼저 페이먼트를 낮추어 주면 모두 페이먼트 할 수 있는데 왜 집을 팔라고 하냐고 오히려 역정을 내며 페이먼트를 낮추어 달라고 졸랐다. 앞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차압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고려할 때 자신의 재정 상황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 주변에서 아무리 융자 조정이다 뭐다 떠들어도 현실적으로 조정된 융자를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사람에게만 혜택이 주어진다. 집에 무조건 매달리기 전에 본인의 상황을 먼저 분석하게 가장 적절한 현실적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모든 주택 소유주가 이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 사례들을 통해 차압으로부터 집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먼저 진실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상담가 또는 융자은행과 일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재정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실행해야 한다. 오늘 집에 가서 집 계약서를 들추어 보자. 계약서에 선명히 그려져 있는 여러분의 서명은 주택을 차압으로부터 지키는 것 역시 여러분의 책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때마침, 준비된 한인들을 위한 차압 방지 행사가 6월 27일 파노라마 시티에서 열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비롯해 민족학교 및 여러 비영리 단체가 함께 준비하는 이번 주택 구제 박람회에서는 은행 직원 및 상담가를 직접 만나 조언을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고 우리말로 진행되는 워크샵에도 참석할 수 있다. 꼼꼼한 준비와 더불어 전문가들과 상담하여 차압으로부터 집을 지킬 수 있는 한인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