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만의 이민악법 저지” 기습시위

다운타운·버뱅크서 이민자단체 300여명 통과땐 피해보는 한인들 참가 저조 아쉬워

민족학교와 칠라(Chirla) 등 이민자 단체 회원 300여명은 이날 이민 악법인 센센브레너 의원의 ‘HR 4437’ 상원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버뱅크와 LA다운타운에서 기습 시위를 단행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원 법사위원회의 법안 심사를 앞둔 이민자 권익 단체들의 우려와 초조감을 반영한 것이다.

민족학교의 윤희주 프로그램 디렉터는 “80년만의 이민 악법으로 불릴 만큼 이민자 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는 파급력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의 관심은 전무한 것 같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가한 히스패닉은 11세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반면 한인들은 대부분 노년층에 집중돼 있었다.

민주당 의원 36명의 찬성표로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이 상원에서도 통과될 경우 불법체류자가 18%에 이르는 한인 사회는 단속의 표적으로 전락, 불법체류상태의 피고용인 뿐만 아니라 이들을 고용한 고용주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 법안은 불법체류자를 도와 준 교회, 교사, 비영리단체 직원까지 범죄자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버뱅크에서 시위대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인근 업소의 한 백인 여성은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시위대의 구호를 소음 정도로 취급하며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히잡을 쓴 파키스탄계 2세인 대학원생 사빈은 “반이민 정서가 두렵지는 않지만 솔직히 실망스럽다”며 시위대의 구호에 귀를 쫑긋 세웠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를 나선 시위대는 오후 들어 LA다운타운의 민주당 전국위원회로 발길을 돌렸다. 이만 악법 수립에 앞장 선 공화당 뿐만 아니라 이를 눈감아 준 민주당에 대한 항의의 표현이다. 이민자 권익 단체는 11월 선거에서 양당이 초접전의 표대결을 벌일 경우 민주당이 국경 안보 강화 등 공화당의 전유물인 반이민정서에 기댈 것이란 소문 때문에 신경이 더욱 날카롭게 곤두서 있다.

40여명의 한인 시위대를 운반한 버스 속에선 오전과 오후 내내 스페인어가 울려 퍼졌다. “엘 뿌에블로 우니도 하마스 세라 벤시도!”. ‘단결하는 이들에게 패배는 없다’는 이 구호는 이 땅에서 세금을 내며 터전을 잡은 서류미비자들의 절박한 절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