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ce Yin/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블로거 (중앙일보 12-7-2010)
저의 주제는 머리카락입니다. 네, 그 머리카락요. 머리 위에 눌러앉아서 겨울에 두피를 살살 보호해주는 그 털실 더미를 말하는 겁니다. 청소년 때 저는 아시안 아메리칸으로서 저의 외모, 특히 저의 머리카락에 큰 고민이 있었습니다. 제 머리카락은 뻣뻣하고 곱슬곱슬해서 머리 카락들이 서로간에 엉켜들곤 했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십대로서 저는 주변에 보이는 아시안 아메리칸과 똑같아 보이고 싶었습니다. 학교 친구들과 아시안계 영화 배우나 가수 같은 연예인들의 외모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당시 아시안 아메리칸 연예인은 세 명 밖에 없었던 것 같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것은 길고 날씬한 몸매, 쌍꺼풀, 흰 피부, 그리고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이었지요.
그 중에서도 특히 머리카락은 전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포기 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그저 평범한 아시안 아메리칸 청소년으로 살아가고 싶었지만 그 머리카락은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저런 방법을 써보다가 결국 포기하고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어버렸습니다. 일년 내내 말이지요. 가끔씩 아침에 두 시간씩 들여 머릿결을 가다듬을 때를 빼고는 머리를 한번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전통적인 아시안 아메리칸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저는 제 자신의 아시안 아메리칸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가끔씩 “머리카락이 이 모양인데 너 아시안 맞니?”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었지요. 물론 농담이었지만 그래도 제게는 상처로 남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저의 자신감을 조금씩 갉아먹었습니다.
오늘날 저는 그때 청소년기의 경험을 극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자신의 외모, 특히 제 머리카락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제 머리카락은 아시안 아메리칸 사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종류의 머리이기 때문에 오히려 제 머리카락을 가장 아끼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런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시안 아메리칸 여성에게 부여되는 전통적인 미적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길고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에 대한 기대는 스테레오타입의 수준에 달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 입니다. 가끔씩 곱슬머리나 갈색 또는 금발로 염색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길고 흑발 머리가 지배적입니다. 미국에서 유명한 아시안계 가수나 배우, 또는 스포츠 선수를 보면 확연해집니다: 장쯔이 (중국계 배우), 미셸 위, Lucy Liu ( 대만계 배우), 김연아는 모두 긴 머리에 흑발입니다.이러한 경험을 통해 진정한 아시안 아메리칸 여성은 그런 머리카락을 가져야만 한다는 통념을 더욱 굳건히 만들어주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을 때 오늘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머리 스타일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의 경우 긴 생머리는 전통적인, 순종적인 여성상을 상징하고, 짧은 머리는 이러한 여성상을 거부하는 제스처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동시에 남성이 머리를 길게 기르는 것은 전통적인 남성상을 거부하는 몸짓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머리카락은 그저 외모의 한 부분인 것 같지만, 사회적으로 우리가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결국 청소년 시기 저의 긴 머리에 대한 집착은 “평범한 십대 소녀”의 외모를 얻으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진정한 아시안 아메리칸”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머리는 그런 머리카락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제 머릿결을 감추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외모만 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가끔씩 머리를 스트레이트로 다듬을 때도 있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꼭 머리가 어떤 형태이어야 한다는 강박적인 느낌은 없습니다. 오히려 제 머리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어떻게 해석하면 고정 틀에서 “반항”하는, 그런 느낌이 좋습니다. 제 머리카락은 “아시안 아메리칸이란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성찰에 대한 제 나름의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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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의 New Organizing Project 블로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앙일보에 공동 게제 됩니다. (원문: Let's Talk About Hair) 웹사이트 nakasec.org, 트위터 태그 #nopit 으로 함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