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에서 선택형 공공보험이 경제에 미치는 지대한 효과

신재혁/민족학교 파산법 및 주거법 담당 변호사 (중앙일보 11-11-09)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개혁안의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형 공공보험 (Public Option)은 전 국민에게 골고루 의료혜택을 주어 사회복지를 이루려는 계획과 더불어서 경제를 활성화 하고자 하는 취지를 갖고 있다. 공공보험 제도란 정부가 보험회사를 세워 사립 보험회사와 경쟁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보험회사 사이의 암묵적 고비용 유지 체제가 무너지고 보험 비용이 내려가게 된다.

공공보험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두 가지 이유를 대고 있다. 첫 번째는 국가가 의료 보험 회사를 운영한다는 발상 자체가 사회주의적인 사고 방식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미국 사회를 둘러보면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은 수 없이 많다. 도서관, 고등학교, 대학교, 소방서 등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들은 우리 생활을 안정적으로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더구나 공립 도서관 제도가 있다고 해서 서점들이 망한 적이 없고, 공립 중고등학교 때문에 사립학교가 망하거나 UCLA나 Cal State Pomona 주립대학의 존재 때문에 USC나 Pomona College 사립대학이 망하지 않는 것처럼, 공공기관은 경쟁을 도태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시장에서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하고 소비자에게 선택 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림으로써 오히려 건강한 자본주의 제도를 더욱 민주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주장은 공공보험을 도입함으로써 연방정부가 과도한 부채를 지게 되어 경제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대표하는 국내총생산량(GDP)은 소비와 투자와 정부지출과 수출흑자를 합한 수치이다. 불경기에는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GDP 성장세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단기 부채의 증가를 감수하며 지출을 감행 하는 것이 경제학계의 일반론인 것이다.

정부지출 말고도 세금 감세를 통해 소비 진작을 꾀하는 방법도 있지만, 장기 불황에 감세는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감세를 하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차기 정부와 국민에게 막대한 정부 부채를 안겨주게 되며, 반짝 소비 효과 말고는 남는 것이 없다. 그러나 정부 지출 분야는 일반적으로 교통망, 교육제도, 의료시설의 건축 및 보수의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에 고가치의 경제 인프라를 남기게 된다. 장기 불황 중에는 세금을 삭감해도 소비자들이 소비를 억제하고 대신 저축을 하거나 빛을 갚는데 쓰기 때문에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회복을 위해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의료개혁 추진은 사실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공공보험을 도입해서 경제가 이득을 볼 수 있는 분야는 한둘이 아니다.

첫째. 현재 사기업 보험업계의 지출 항목을 보면 경영진의 월급과 보너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30%나 된다. 메디케어나 메디칼 등 정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경영진 관련 비용이 3% 밖에 되지 않는다. 공공보험도 마찬가지 지출 구조를 가질 것으로 예상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27%는 어디로 가게 되는가? 소비자(보험 가입자)와 판매자(의료진)에게 더 많은 혜택의 형태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둘째. 현재 의료비용이 너무나 높아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기피하고 있어 미리 예방 하거나 조기에 간단하게 치료 할 수 있는 질병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공 보험을 통해 의료비를 낮출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이 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예방과 조기 치료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큰 수술이나 장기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줄게 될 것이고,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의료 지출 비율을 낮춰 큰 수술을 받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돈을 다른 분야에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경직되어 있던 소액 자본 유동성이 높아져 경제가 전반적으로 탄력을 얻게 된다.

셋째. 현재 미국에서 고급 인력들이 정부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 중에는 혜택 수준이 높고 안정적인 의료보험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공공 보험 제도를 통해 크고 작은 기업이든 양질의 의료보험을 제공 할 수 있게 되면 중소기업도 고급 인력 스카웃 시장을 놓고 경쟁 할 때 작은 기업으로서의 핸디캡에 대한 근심을 하나 줄일 수 있게 된다. 더 많은 고급 인력이 중소기업으로 이동하여 분화된 경쟁이 활성화 되면 미국 경제의 체질이 튼튼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필자가 10년 전 국제 통상학 석사 과정에 있을 때 영국의 The Economist 라는 경제지에서 인상 깊게 읽은 글이 하나 있다. 캘리포니아 역사 초기에 주 정부의 성장 전략이 감세가 아니라 고속도로 건설, UC 대학 시스템 신축, 대규모 관개 공사 등 기초 경제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있었으며, 그 투자가 오늘날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경제 1번지 주로 성장하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분석하는 글이었다. 오늘날 공공보험에 대한 논의는 사회복지의 당위성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사실 공공보험 제도의 성격과 오늘날 미국에 당면한 경제사적 맥락에서 보았을 때 공공보험에 대한 투자는 미국의 경제 엔진에 재시동을 거는 첫 열쇠가 아닌가 하고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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