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매체 언론의 미래인가

김용호/민족학교 선거담당
(중앙일보 6-2-09)

몰도바 공화국. 동유럽 구 공산권의 한 복판에 위치한 이 나라의 이름을 알아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내게 몰도바는 90년대 학생과학이라는 잡지 지면에 소개 된 우표 소개 페이지 중 가장 멋있는 우표 디자인을 가지고 있던 나라로 밖에 기억되지 않는다. 경상도만한 크기에 4백만 인구의 이 작은 나라는, 지난 4월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청년들의 독특한 시위 방법으로 인터넷에서 널리 화자 되었다.

몰도바는 소련 시절의 공산당이 소련 붕괴 이후 노선을 바꾸지 않은 채로 선거에 임해 재 집권에 성공한 유일한 사례이다. 민주적 선거 제도 실시 이후에도 일정한 지지를 확보 한 온 몰도바 공산당은 자본주의 도입 후 극심한 인플레와 경제 위기 그리고 민족주의적 정책을 바탕으로 부정 선거의 의혹과 공산 경제의 희귀에 대한 반대 속에서도 다수당으로 성장했다. 49.48%의 지지를 받은 2009년 4월 5일 선거는 이러한 경향의 연장 선상에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선거 이후 부정에 대한 의혹이 즉시 제기되었고 유럽연합측의 참관단은 "전반적으로 미심쩍은 절차들이 있었지만 확정적인 물증이 없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부정에 대한 항의와 공산당의 기존 정책에 대한 불만이 결합 되어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수 천명의 시민들이 수도 키시너우에서 3일 동안 이어진 시위에 참가했으며, 대통령 궁과 의회 건물을 일시 점거했다. 시위는 진압 되었으나 야당의 결집을 가져왔고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몰도바의 공산당 총리직 재선을 지연시킨 후 정계 재편성의 가능성을 낳았다.

동구권에서는 기존 매체가 통제 되고 있는 상황에서 큰 사태가 급진전 될 때 인터넷을 비롯 한 대안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이용 해 시위 준비 및 홍보를 하는 것이 전통이 되어 가고 있다시피한 실정이다. 구 소련 붕괴 당시 채팅으로 실황을 중계한 것이나 우크라니아의 오렌지 혁명에서 핸드폰을 이용 해 시위대 간에 연락을 취하는 등이 잘 알려진 사례이다.

몰도바에서는 트위터(Twitter)라고 불리는 인터넷 매체의 사용이 주목을 받았다. 자유사회연구소(Open Society Institute)의 모로조브 연구원은 일련의 글을 통해 시위대가 기존의 페이스북, 라이브 저널 같은 매체를 이용하면서 추가적으로 트위터를 이용 해 서구 언론 및 정치권의 관심을 끌어 집권당에 대한 압박을 늘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개인들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게 하는 매체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블로그와 유사하지만 어떤 특정 사태에 대해 블로그 계에 정보가 모이려면 블로그 계의 분산 구조 상 몇 시간 내지는 며칠이 걸리는 데에 비하여 트위터는 단일 회사에 집중 되어 있고 핸드폰의 문자 메세지와 연동하여 초 단위로 실황을 추적 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점이 다르다. 지난 일요일 LA 지진이 일어나고 나서 바로 트위터에서 "지진"을 검색하니 그 지진을 느낀 사람들이 몇 초 전에 제공한 각종 정보가 - 어느 커피샵에서는 창문이 깨질 정도였다느니, 리히터 스케일로 얼마 정도 될것이라는 등- 이미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깨어 있는 시간대에 지진을 느꼈다. 야호!"라는 메세지와 함께 GPS 위치를 트위터에 올렸다)

현재 약 400만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매달 5천 만 명이 방문 해 읽어보고 있으며 일년에 1,382%씩 성장하고 있는 트위터는 이미 수 많은 기상 천외 한 용도로 활용 되고 있다. 몰도바 시위의 경우 실시간으로 "지금 시위대가 대통령 궁에 돌입 중, 경찰들이 의외로 대응이 느리다", "시위자가 경찰이 던진 수류탄에 맞아 다리를 부상 당했다"라는 내용을 올려 외신 기자들이 이를 집중 취재하도록 유도 했으며, 지난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전국유권자권리보호연합체가 중심이 되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선거법 위반 사례를 보고하도록 하며 심각한 문제가 있는 투표소에는 법률 팀이 출동하도록 하는 네트워크 망을 갖추고 선거 당일 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큰 위력을 발휘했다. 금년 5월 19일 선거에는 캘리포니아 선관위가 공식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고 투표소 문이 닫히자 마자 15% 개표 율의 투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저녁 8시 15분 경에 발표 된 이 결과는 웹사이트의 준공식 발표를 몇 시간이나 앞섰으며, 그 결과는 큰 변화 없이 다음 날 아침에 확정 되었었다.)

일각에서는 블로그의 대두를 중심으로 한 트위터와 유튜브 등 일련의 인터넷 매체의 출현을 보며 여기에 언론의 미래가 있다고 예측하기도 한다. 오마이뉴스나 허핑턴포스트 같은 초기 모델들이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이제 기자들과 편집부의 시각으로 여과 된 정보 보다는 현장의 정보를 직접 접하고 스스로 판단하기를 원하는 것일까. 인터넷에서 직접 이러한 신 기술을 경험 해 보는 것도 그러한 의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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