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양쪽으로 달리는 스핏처 뉴욕주지사: 서류미비자 증명서나 다름없는 운전면허증 발급키로
교차로 10-31-07 A4
서류미비자에게도 미국 시민과 동일한 형태의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기로 했던 뉴욕주가 반이민 세력들의 공세에 밀려 결국 후퇴했다. 엘리어트 스핏처 뉴욕주지사는 지난 9월 21일 소셜 번호가 없더라도 일정 자격이 되면 운전면허증과 뉴욕주 신분증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뉴욕주가 발급하는 운전면허증과 신분증은 소지자의 이민 신분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교차로 9월 24일 참고). 하지만 뉴욕주정부는 27일 발표를 통해 국토안보부의 '리얼 아이디법'에 따라 서류미비자용 운전면허증을 일반 면허증과 다르게 만들어 오는 2008년 부터 발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핏처 주지사의 입장 변화로 인해 뉴욕주는 애리조나, 버몬, 워싱턴에 이어 네번째로 리얼 아이디법을 따르는 주가 될 예정이다. 2년 전에 의회가 통과시킨 리얼 아이디법은 운전면허증와 같은 주정부 차원의 각종 문서 발급을 위한 전국적인 기준을 제정한 것으로서 지원자는 시민권 혹은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는 2013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될 예정인 이 리얼 아이디법은 사생활 보호와 실시 비용 등을 이유로 많은 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아왔으나 스핏처 주지사는 문제의 리얼 아이디법을 따르는 자신의 새로운 운전면허증 발급 정책을 내년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스핏처 주지사가 27일 새롭게 밝힌 정책에 따르면 뉴욕주는 세 가지 형태의 면허증을 발급할 예정이다. 첫번째는 전통적인 형태의 면허증, 두번째는 여권과 같은 효력을 내는 면허증, 그리고 마지막은 리얼 아이디법에 따라 만들어지는 면허증으로서 테러리스트와 같은 사람들에게 발급 자체가 불가능하게 제작된다. 하지만 세번째 면허증은 국내선 항공기 등을 이용하는 데도 사용될 수 없고 앞의 두 가지 형태의 면허증과 식별이 가능케 만들어질 예정이며 미국내 합법적인 체류를 증명하는 용도로도 사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는 로컬 경찰이나 이민국 직원에게 소지자가 불법 이민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는 9월 21일 당시 몇몇 반대자들이 서류미비자에게는 색깔이 다른 면허증을 발급하자고 제안한 것과 결국 동일한 내용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스핏처 주지사는 합법적인 이민자와 불법 이민자에게 색깔이 다른 면허증을 발급하는 것은 마치 주홍글씨와 같은 것이라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스핏처 주지사의 입장 변화는 언론을 비롯한 여러 단체의 주목을 끌고 있다. Newsday는 “도로 양쪽으로 달리는 스핏처 주지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 달 사이에 정책을 바꾼 그를 비판하기도 했다.
뉴욕주의 상원 의원인 마틴 콜든(브루클린, 공화당)은 스핏처 주지사의 정책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 번호 등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입증할 수 없는 자에게는 일체의 면허증이 발급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스핏처 주지사가 제안한 세번째 형태의 면허증은 서류미비자가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폐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CNN의 Lou Dobbs은 스핏처 주지사가 9월 21일 서류미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운전면허증 정책을 발표하자 “바보 얼간이”라고 부르는 등 방송 앵커로서 함량 미달임을 보여주는 비방과 욕설을 일삼아 왔으나 최근 이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민족학교 등 한인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미 17개 주에서 리얼 아이디법에 반대하는 법령을 통과시킨 상황이라면서 스핏처 뉴욕주지사의 정책 수정은 이러한 추세와도 상충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이들은 또한 스핏처 뉴욕주지사가 이민자들이 뉴욕주에 기여한 경제적 이익 등을 포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민자를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고 그들에게 기본적인 인권조차 부여하지 않으려는 자들과 노선을 함께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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