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주: 백악관 Champions of Change Honoree 소감 글 입니다. 2012년 3월 1일 목요일 저녁 7시에 Champions of Change 웹페이지에 영문으로 게제됩니다.
내가 처음 주택 상담을 시작하게 된 것은 내가 몸 담고 있는 민족학교의 미션에서 비롯되었다. 1983년 설립된 민족학교는 교육, 봉사, 권익 옹호, 문화 등을 통해 소수민족, 유색인종, 이민자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미국이 모기지 대란으로 인해 진통을 겪기 시작할 때 민족학교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 또한 그 영향을 받아 수많은 한인 주택소유주들이 집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커뮤니티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올바른 정책 입안을 위해 활동해온 민족학교는 한인 주택소유주들에게 당장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주택 상담 분야에 발을 내딛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크레딧 교육과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세금보고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던 나는 그간의 프로그램에 주택 상담 프로그램을 더한 재정 강화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장 도움이 필요한 주택소유주들을 돕기 위한 일시적인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기존에 도움을 제공하는 제법 큰 주택 상담 기관들이 있었고 민족학교는 커뮤니티와 그들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제공하는 것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보니 그것은 커다란 착각임을 알 수 있었다.
이민자 특히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민자들에게 주택 상담 기관에서 도움을 받는 일은 일단 언어 장벽 때문에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민족학교에서 사전 준비를 돕는다 해도 그 기관에 상주하여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돕지 않는 한 지속적인 상담은 아예 불가능한 얘기였다. 주택 소유주들을 돕기로 마음 먹었던 순간부터 카운슬러 자격을 갖추고 직접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필연이었던 것이다. 프로그램을 시작하자 마자 우리는 바로 상담 기관이 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공인 카운슬러 자격을 획득한 데 이어 마침내 연방주택국에서 상담 기관으로 승인 받게 되었다.
이민자들에게 주택은 아메리칸 드림의 커다란 척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이민자 주택소유주들이 집을 잃는다는 것은 수십 년간 일구어온 아메리칸 드림을 송두리째 날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민자로서 겪는 여타의 어려움들과 마찬가지로 차압의 위기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더라도 일단 정보의 부족에 부딪치게 된다. 그 정보의 부족은 언어 장벽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기지 대란의 틈을 탄 상술이 판을 치고 각종 광고와 사기꾼들의 사탕발림이 난무하는 가운데 주택소유주들은 어느 정보가 믿을 만 한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영어사용이 불편한 주택소유주의 경우에는 올바른 정보를 접하는 것이 한계가 있고 은행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더욱 큰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언어장벽은 때때로 경제적 어려움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곤 한다. 민족학교에서 상담을 받은 한 한인 주택소유주는 융자 조정을 신청하고 몇 달째 애타게 결과를 기다리던 중 은행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자신의 모기지 은행 이름과 융자 조정이라는 단어를 듣고 마침내 융자 조정이 된 것으로 생각하고 “예스”라고 답하여 정부의 융자 조정 프로그램 심사가 취소될 뻔 한 일을 겪었다. 그 전화는 정부의 융자 조정 프로그램 신청을 취소하고 다른 융자 조정 프로그램으로 옮기겠냐고 묻는 전화였던 것이다. 다행히 내가 함께 일하고 있던 터라 바로 잡아 계속 정부의 융자 조정 프로그램 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또 다른 한인 주택소유주는 융자 조정 신청 후 은행과 한참을 통화하고 은행에서 곧 서류를 보내준다고 했다며 융자 조정이 되었다는 기쁜 마음에 카운슬러인 나에게 바로 전화로 알려 주었다. 며칠 후 그 주택소유주가 받은 서류는 융자 조정 동의서가 아니라 모기지 완납 스테이트먼트였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은행과 소통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경우 이외에도 언어장벽 때문에 아예 은행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고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대리인을 고용하여 낭패를 보는 일도 적지 않다. 혹시나 하고 민족학교 문을 두드린 주택소유주들 가운데는 대리인이 수수료만 챙기고 아예 신청서를 접수도 하지 않은 경우부터 심한 경우에는 주택 명의를 변경하여 가로챈 경우까지 언어문제와 올바른 정보 부족으로 인해 억울한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민족학교가 전국의 차압 방지 핫라인 한국어 도움을 제공하였는데 캘리포니아 뿐 아니라 인근의 네바다 주를 비롯해 멀리 뉴욕과 버지니아 주에서 도움을 청하는 한인들이 많았다. 이는 주택 상담 프로그램에도 언어 및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비록 카운슬링을 통해 모든 주택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분석을 통해 가장 최선의 선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카운슬러로서의 역할이 작게는 한 가정의 아메리칸 드림을 지키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커뮤니티의 자산을 지키고 우리가 속한 이 미국의 경제를 일구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라는 사명감을 깨달은 지금은 기쁜 마음으로 밀려드는 전화문의와 서류와의 실랑이를 감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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