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ce Yin/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블로거
최근에 뉴욕에 사는 친구와 미 중서부에 대해 트위터로 채팅을 주고받을 기회가 있었다. “얘, 미드웨스터너(미 중서부 주민)들은 뉴요커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응, 하지만 그것은 뉴요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 “그럴 수도 있지만, 그보다 뉴요커들은 아예 중서부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끝난 짧은 대화는 사실 평소 외부 사람들이 미 중서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여실히 드러내준다고 볼 수 있다. 서부나 동부 사람들은 대부분 중서부에 대해서 고리타분하고, 대중문화 트렌드에 뒤쳐지고, 그리고 매일 매일 할일도 없는 지루한 지역이자 보수적인 백인들이 우글우글한 지역으로 상상하기 마련이다. 이 중 내가 가장 큰 문제로 보는 견해는 이 지역에 아시안 아메리칸 및 한인 커뮤니티의 존재감이나 이들 커뮤니티를 위한 사회 인프라가 전무하기 때문에 아시안 아메리칸 및 한인들은 중서부에 자리를 잡거나 계속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견해이다.
그러나 중서부에는 아시안 아메리칸 인구가 오랜 기간 살아온 전통이 있다. 아시안 아메리칸 운동 또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노스웨스턴과 미시간 앤 아버, 시카고와 얼바나셈페인의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아시안 아메리칸학과 및 소수민족학과의 개설을 위해 활동한 성과가 남아있으며 아시안 아메리칸 연구소와 한인교육문화마당집 등 비영리 단체의 활동도 활발하다.
물론 이런 일련의 인프라가 아직 서부 지역처럼 큰 규모를 자랑할지는 못한다. 하지만 현존하는 사람들과 활동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치부하는 경향은 이 지역에서 자리잡고 살아가는 아시안 아메리칸 및 한인들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올바르지 않다.
미국의 여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중서부는 지역만의 역사와 문화적인 전통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미네소타 주의 세인트 폴 시는 미국 내 가장 많은 몽(hmong)족이 살고 있는 도시이다. 동시에 3만 명에 달하는 한인 입양인, 그리고 2차 대전 때 부당하게 강제수용소로 보내진 일본계가 많이 정착한 지역이기도 하다. 또 아시안 아메리칸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빈센트 친의 살인 및 그에 대응하는 운동은 어떤가? 그것 또한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 시에서 일어난 일이다.
나 또한 중서부의 모든 면모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지는 못하다. 나는 시카고의 서부 교외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고 시카고에서 대학을 다닌 후 이곳에 정착해 살고 있다. 시카고 말고 다른 지역을 직접 다녀본 것은 일부 컨퍼런스에 참석이 전부이다. 대도시에서의 삶은 작은 도시나 농촌에서의 경험과는 물론 다르다. 대도시에는 더 큰 규모의 소수민족 밀집 지역이 있고 아시안 아메리칸 및 한인들을 위한 기반도 더 튼튼하다. 하지만 동시에 교외 지역에서 자라나면서 학교에서 거의 유일한 아시안계 학생으로서 느낀 소외감은 다른 지역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시안 아메리칸 및 한인들이 중서부에 정착 할 때 그 정착 패턴 때문에 중서부에서는 아시안계가 타 지역보다 더 낮은 밀도로 모여 살고 있다. 경우에 따라 본인이 그 도시에서 유일한 아시안계, 심지어는 유일한 유색인종 주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타 지역의 아시안계 커뮤니티와 교류하거나 협동 활동을 벌이는 것도 더 어려워 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어려움 자체가 이런 지역에서 활동해나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활력이 되곤 한다. 중서부는 내 고향인 것이다.
중서부에서는 일종의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볼 수도 있다. 아시안계 및 한인들을 위한 문화적, 학적, 그리고 커뮤니티 상의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시안계들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것이 더 힘들다. 많은 이들이 떠나간다. 물론 서부나 동부나 비교 했을 때 사실 일 수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없다면 아시안계 및 한인들을 위한 서비스나 문화시설이 들어서는 의미가 없다. 결국 일단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아야 사회 인프라도 발전하는 것이다.
원래 대학에 진학 할 때 나는 중서부에 남아있을 의도가 없었다. 동부나 서부로 떠나 좀 더 큰 아시안계 커뮤니티에서 살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계획이 엇나가면서 시카고에서 계속 대학을 다니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결과적으로 시카고에 남아서 맺은 관계들과 참여한 활동들은 다른 지역에서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최근에 샌 프란시스코로 이주 했는데 가족을 만나러 북가주로 갈 때 마다 생소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이 나의 커뮤니티가 아니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같이 아시안계의 역사가 몇백 년이 넘는 지역은 고향이나 다름없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실제로 가서 느낀 것은 묘한 이질감이었다.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나는 중서부의 아시안 아메리칸들과 더 통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더 쉽게 친해지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나는 계속 중서부에서 살아가며 활동하고자 한다. 넓은 지역에서 흩어져 서로 교류를 잘 못하는 이 커뮤니티에서 부딪치는 사회 이슈들에 집중하고자 한다. 또한 미국 중서부 지역에 대한 외부의 인식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픈 마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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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문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의 New Organizing Project 블로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앙일보에 공동 게제 됩니다. (원문: (Mis)perceptions of the Midwest) 웹사이트 nakasec.org, 트위터 태그 #nopit 으로 함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