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족 이민이 진정한 '메릿' 이민 제도

진정한 “메릿 베이스(이익 중심)” 이민 제도는 바로 가족 이민 제도이다.
최인혜 (하나센터 사무총장) 

미국 사회에서 가족이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가족은 우리가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며, 번영하도록 우리를 지탱해준다. 특히 가족은 우리 미주 한인 이민자가 이민자로써 당당하게 우리의 문화와 가치를 지켜나갈 뿐만 아니라 주류 사회에 공헌하며 우리의 창의력과 지도력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우리 삶의 안식처이자 원동력이다.

이렇게 소중한 가족의 가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5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계속적으로 언급해왔던 가족이민제도의 폐지와 메리트 중심의 이민제도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시민권자는 자신의 직계 자녀와 배우자만 초청할 수 있으며, 이민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영어 능력, 학벌, 경제적 능력에 따라 책정되는 포인트 점수가 높은 사람들에게만 이민의 문이 열린다.       

아시안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바로 가족 이민제도 때문이다.  2015년 한인 이민자의 44%가 가족이민으로 영주권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이민 대기자 규모는 4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대기자 중 상당수는 10~20년을 기다려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이민자 한 명이 먼 친척까지 무제한으로 데려올 수 있다"고 말하며 “연쇄 이민 (Chain Migration)”이라는 말로 가족 이민 제도를 비난했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미국 시민권자는 배우자와 자녀, 부모 그리고 형제 자매만 초청할 수 있다. 영주권자는 배우자와 자녀만 초청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연방 의회 소속 아시안 의원들의 모임인 아시안 태평양 코커스는 미국 이민 정책의 중요한 가치는 “가족의 재회” 또는 “가족의 연합”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가족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가족의 분리”를 종용하는 트럼프 정부의 가족 이민 폐지 정책을 비판하며, 가족 이민 제도를 “연쇄 이민”으로 비하하는 뒤틀린 인식을 바꾸기 위한 싸움이다.

우리 모두는 이민자다. 미국 원주민 인디언과 노예로 강제로 끌려왔었던 흑인들을 제외하고는 인종에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이 이민자다. 트럼프 대통령도 영부인도 이민자들이며, 특히 영부인인 이방카 트럼프의 부모님들은 우리 한국의 연장자분들과 같이 시민권을 획득한 딸이 부모 초청을 해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된 가족 이민 제도의 수혜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그렇게 비판하던 “연쇄 이민”으로 장인과 장모를 미국으로 모시고 온 셈이다. 시민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그의 아내가 배우자 이민으로 시민권을 획득하고, 시민권자가 된 트럼프 대통령의 아내는 그녀의 부모님을 부모 초청으로 미국으로 모셔왔다.  

‘메릿 베이스 (merit-based; 이익 중심)’ 이민 제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주로 경제적인 이유이다. 가족 이민을 통해 이민 온 사람들이 미국의 사회 복지 제도를 악용하여 혜택만 받을 뿐 미국 경제를 위한 공헌도가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가족”이라는 사회 제도가 경제 성장과 공동체 형성에 얼마나 큰 공헌을 하는 가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가족은 아시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뿌리 깊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모든 문화들의 핵심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양육을 지원하고, 형제자매는 서로 사업 창업과 운영을 돕는다. 이 때문에 가족과 함께 이민 온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출생하여 핵가족에서 자란 사람들보다 정부 보조를 받을 가능성이 더 낮고, 창업과 주택을 소유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와 같은 가족 관계는 공동체의 발전과 경제 성장에 중요한 근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메릿 베이스 (이익 중심)” 이민 제도는 바로 가족 이민 제도이다. 

미국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일리노이만 보더라도 이민자가 일리노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래의 몇 가지 통계 자료만 보아도 그 엄청난 영향력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진정한 이익을 추구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하면 이민자들을 대접하고 환영하는 이민 제도로 바꿀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맞다. 아래 정보는 이민자와 경제 발전의 관계에 대해 조사하고 그 통계 자료를 제공하는 비영리, 비당파적 단체 전국이민협의회에서 발췌한 통계이다. 

  •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일리노이에서 이민자 가정들은 연방세로 $9.8 billion 그리고 주/지방세로는 $5.2 billion을 냈다. 
  • 2014년에 일리노이에 사는 서류미비 이민자들은 주/지방세로 $758.9 million을 냈으며, 이들이 합법화가 된다면 $917.4 million이 넘는 세금을 낼 것이라고 추측한다. 
  •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일리노이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은 $40.1 billion 정도를 소비하는 것이 썼다. 
  •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일리노이에는 119,404명의 이민자 사업주가 있으며 이들은 일리노이에서 일하는 21.3 퍼센트의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이민 축소는 미주 한인 공동체 뿐만 아니라 전국의 아시안 아메리칸 공동체 그리고 더 나아가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지금까지 지켜온 미국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다. 아시안계 아메리칸의 90%는 가족 이민을 통해 이민을 온 사람들이다. 트럼프 대통령 계획대로 성인 형제 자매 비자를 제한하고, 기타 다른 가족 이민을 축소시킨다면 합법 이민은 최대 44%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민의 축소는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에 커다란 손해를 끼칠 것이다. 

지금은 아시안 커뮤니티가 가족 이민 제도 유지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할 때다. 우리가 미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미국의 경제 발전에 공헌하고, 우리의 자녀들을 미국의 각계 각층에서 활약하며,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들로 키워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가족 이민 제도 덕분이라는 것을 정부에 강력하게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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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센터는 민족학교와 함께  전국적인 사회 변화 운동 건설이라는 목표의 일환으로 사회 정의, 경제 정의, 인종 정의 활동을 펼치는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의 일원입니다.

06/03/2019 - 12:00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