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개혁의 긴급성과 우리의 역할

전현재/민족학교 대학생 모임 AKASIA 회원 (중앙일보 4-30-2010)

지금 미국의 눈과 귀가 모두 서부의 애리조나 주에 쏠려있다. 지난주, 애리조나 주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반 이민적인 법안을 통과 시켰고, 이를 얀 브루어 주지사가 서명하였다. 지역 경찰이 불법체류자로 의심될 경우 어떤 상황이던 검문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당시 포괄적 이민개혁 법안을 공약으로 내세워 기다린지만 2년이 되어 가는 현 시점에서 이번 애리조나 주의 새 법안에 대한 소식은 서류미비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이민자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필자에게도 마찬가지 이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불운하게도 서류 미비신분이 된 필자도 이번 포괄적 이민 개혁 법안과 드림법안을 기다리는 수많은 한인들 중 한 명이다. 최고의 대학을 다닌다는 자부심과 근면함으로써 부모님께 보답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주 100시간 이상의 일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지난주 애리조나의 반 이민적 법안 서명 뉴스와 같은 소식을 듣는 날이면 힘이 빠지며 마음의 평정심과 살아갈 의지를 잃기 마련이다. 이민개혁 법안은 그저 하나의 법안을 떠나서 필자에게는 미래이자 생사를 가름 짓는 매우 중요한 법안이다. 이런 필자의 마음을 반영한 듯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인으로서의 평등함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법안을 통과시킨 애리조나 주정부를 비판하였다.

이민개혁을 울부짖으며 싸워 온 지 어느덧 수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는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얻은 것이 없다.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2007년 부시 전 대통령 임기 중 논의 된 법안은 상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었고, 청소년들을 위한 드림법안도 같은 해에 아슬아슬하게 무산되었다. 그 후 2008년 민주당 후보였던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고 두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포괄적 이민개혁안에 대한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건보개혁이 1년 넘게 지체되는 바람에 오바마 행정부에게 있어서 이민개혁은 그 뒷전에 밀려 섣불리 추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미룰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존재로 전락 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호전 되고 있다. 건보개혁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승리로 끝난 올해에 상승한 지지도를 등에 업고 이민법안의 통과를 위해 백악관, 의회가 행보를 시작했고, 수 많은 시민단체들도 캠페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워싱턴 DC에서는 로스엔젤레스의 민족학교 일원들을 포함해 무려 2십만 명의 인파가 모여 이민법안을 위한 한 목소리를 내었다. 행사는 대단히 성공적 이였다. 상당수의 상하원 의원들이 이에 화답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이민개혁 연내추진을 약속했다. 또한 최근 국회를 통과한 금융개혁 법안을 마무리 지으며 상원의 민주당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네바다 상원의원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민개혁을 그들의 다음 목표로 제시했으며, 이 일은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 약속하였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표명해왔던 입장과도 일치한다.

이민개혁에 있어서 이번의 기회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의원들의 말만 믿고 지켜보기만 한다면 이는 매우 경솔한 일일 것이다. 원칙적으로 의원들은 우리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변 할 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도 소심하게 우리의 요구 사항을 전달 했을 수도 있다. 이것은 달라져야 한다. 모두가 스스로가 일어나서 조직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옛말도 있지 않는가. 이번 주 5월 1일은 이민개혁 전국연합(Reform Immigration For America)을 통해 전국적으로 수십 개 도시에서 이민개혁을 요구하는 집회 및 행진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로스 앤젤레스, 시카고 및 워싱턴 DC에서도 이 날 집회가 열린다. 이 땅의 수백만 이민자 가정에게는 시간이 없다.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각오로 행동을 통해 한 목소리를 내자.

# # #